불탑뉴스신문사 차복원 기자 | 경기도 광주시 순암로 350에 위치한 ‘엔젤싹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양말 공장으로, 30여 가지 이상의 다양한 양말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길고 짧은 일반 양말부터 신발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덧신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엔젤싹스는 고품질 국내산 실을 사용해 직접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최근 많은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해외에서 양말을 수입해 라벨만 바꿔 판매하는 상황에서도, 엔젤싹스는 자체 기술 개발과 생산 방식을 고수하며 국내 섬유산업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엔젤싹스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설립 이전, 신영임 대표는 양말 편직기 제작 업체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국내 섬유산업의 전성기를 직접 경험했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 편직기의 유입으로 인해 국산 기계는 점점 설 자리를 잃었고, 결국 회사는 폐업 위기에 놓였다. 이때 신 대표는 기존의 양말 편직기를 개조하여 새로운 기계를 개발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세계 최초의 ‘덧버선 자동 편직기’였다.2016년 6월 15일, 신 대표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엔젤싹스를 설립했다. 초기에는 덧버선을 생산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덧버선의 편직 과정은 자동화할 수 있었지만, 봉제, 넌슬립 부착, 포장 등의 후공정은 모두 수작업이 필요했다. 작업량이 많아지면서 인력 부족 문제가 대두됐고, 해결책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알게 됐다. 장애인 근로자들이 덧버선의 후공정을 담당할 수 있도록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안전과 효율성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후 엔젤싹스는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며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현재 엔젤싹스의 전체 직원 26명 중 19명이 장애인 근로자다. 신 대표는 장애인들이 보다 안정적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조성했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 실현은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엔젤싹스는 덧버선 개발과 동시에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등록을 통해 기술적 차별화를 이루었으며, 국내 유명 브랜드들과 OEM 계약을 맺으며 성장세를 이어갔다.하지만 성공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덧버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무역회사들은 더욱 낮은 단가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2022년부터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저가 제품을 들여오면서 엔젤싹스와의 거래가 점차 줄어들었다. 더 큰 문제는 특허 위반 논란이었다. 몇몇 업체가 엔젤싹스의 기술을 모방해 제품을 생산하며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생산 및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4년 11월 18일, 엔젤싹스는 특허 무효 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소송 기간 동안 거래처의 발주가 줄어들었고, 생산 인력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영임 대표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다.“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아니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앞으로 매출이 늘어나면 가장 먼저 장애인 근로자를 추가 채용할 계획입니다.”현재 엔젤싹스는 국내에서 가장 쾌적한 장애인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공장을 확장하고 있으며,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덧버선 시장을 개척하고, 양질의 국내산 양말을 생산하며 성장해온 엔젤싹스의 행보가 앞으로도 기대되는 이유다.
엔젤싹스의 양말은 유명 브랜드 제품과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된다. 소비자는 단순히 양말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국내 생산을 지원하는 데 동참하는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엔젤싹스가 만드는 작은 양말 한 켤레에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정성과 행복, 그리고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우리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범람하는 시장에서 품질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엔젤싹스. 기업의 철학을 지키며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는 이들의 도전이 계속된다.
장애인 표준사업장 (주)엔젤싹스의 도전과 성장스토리